연예인 군대썰) 취사장 바퀴벌레 군락지 썰 1.txt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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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기먹는스님 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4-07-18 08:11본문
미갤에 어울리는 글인진 모르겠으나 그냥 내 인생에서 상당히 공포스러웠던 일이라 이야기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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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대는 당시 신막사 도입 덕분에 꽤 괜찮은 시설을 갖고 있었기에 침대 생활관 및
나름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어 생활환경에 큰 불만은 없었다. (물론 여름에 에어컨이 없었다는 것 빼곤...)
조금 특이한건 취사장은 신막사가 아닌 이전까지 수 십년을 쓰다가 창고로 쓰이고 있는 구막사 앞에
있는 건물을 취사장으로 사용했었다.
가건물 같은 느낌의 허름하고 오래된 취사장의 위생은 당연하게도 상당히 좋지 못했는데
특히 바퀴벌레가 정말 많았다.
어느 정도냐하면 밥 먹으러가면 한 낮에도 심심치 않게 바퀴벌레가 테이블 위, 바닥, 벽 할 거 없이
샤샤샥 기어다닐 정도였는데...
처음에 들어오는 신병들은 기겁을 했지만 그래도 바퀴벌레들이 눈치는 있어서 사람 많을 땐
활개치거나 날아다니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다만 이 바퀴벌레의 악명은 취사장에 붙어살아야 하는 취사병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취사장 안에 있는 취사병 휴게실은 당연하게도 바퀴벌레에게 테라포밍을 당한 상태였는데
어느 정도냐하면 취사병들이 자다가 몸이 간지러워서 눈을 떠보면 바퀴벌레가 팔다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끔 우리가 바퀴벌레로 호들갑을 떨면 취사병 선임은 피식 웃으며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 일병을 이제 막 달았던 어느 날 그 심연을 보게 될 일이 생겼었다.
흔히 보일러병이라고 불리는 시설관리병 선임과 친해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등병 때 취사장 바퀴벌레보고 진짜 충격먹었었다고 말하자
시설관리병 선임은 "낮에 보는 건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밤에 진짜를 보여주겠다"
라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그 날 밤 시설관리병 선임은 부사수 대신 나를 야간시설점검에 데려갔다.
부대 내 시설 전기, 가스 점검 같은 간단한 업무였는데 앞선 시설들을 쭉 돈 후에
취사장 앞에 다가서자 놀라지말라며 겁을 줬었다.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서 불을 키는 순간 갑자기 눈 앞에서 수 많은 무언가가
부리나케 사라지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보이는 취사장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조리도구부터 식탁, 벽, 바닥 어느 곳 할 것 없이 미처 긴 더듬이를 가진 갈색의 바퀴벌레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미처 숨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숨을 이유를 못느낀 것인지 마치 우리를 쳐다보듯 마주하고 있었는데
그 크기와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 공포감을 느껴 제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시설관리병 선임은 웃으면서 "야, 말했지 낮에 보는거 아무 것도 아니라고" 라며
바퀴벌레가 포진한 취사장에서 태연하게 가스벨브를 확인했다.
이내 점검을 마치고 나갈 때 까지도 충격받은 나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한 선임은
"이래도 위생검열 나와서 한 번도 통과 못한 적이 없는게 더 웃기지않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식판, 식기 위생에 신경을 썼지 정작 바퀴벌레가 벽에 붙어다니고 있음에도
별 말 안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인건 바퀴벌레가 그렇게 많았음에도 그로 인한 식중독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고
밥이나 반찬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일도 없어서 그냥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