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청와대에 박격포를 조준합시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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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4-07-07 21:49본문
1967년 여름 수도경비사령부 제30경비대대에
새로운 대대장이 부임한다.
좋아 아주 좋아
육사를 졸업한 그는 중앙정보부 인사과장과 제 1공수특전단 부단장을 지내고
나이 서른에 중령을 단 엘리트 중에 엘리트였다.
그런 사람이 요직 중 요직인 수경사 경비대대에 보직한 것은 당연한 수순.
참고로 수경사 30경비대대가 왜 요직 중에 요직이냐면
경복궁 내에 위치한(대충 노란색 부분) 청와대 코앞을 사수하던
이른바 청와대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이다.
현재도 수도방위사령부가 직급 이상으로 상당한 요직임을 생각할 때,
3공화국 시절의 수도경비사령부와 심지어 청와대를 지키는 제 30경비대대장은
인싸 중 씹인싸에게 허락되는 보직이었다.
그는 엘리트는 엘리트인 만큼 머리가 비상했는지
현대의 기준으로도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나 한다.
사령관님
?
김일성이가 심심하면 공비들 내려보내는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작년엔 진주, 작년에는 연천에 빨갱이들 내려왔는데 이거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니 내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아직 안하는 걸수도 있지만
공비가 수도서울을 공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청와대를 지키는 30경비대대장으로써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공비들이 청와대를 노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좋은 생각 있나?
저희 부대에 박격포를 설치해서 청와대를 조준하게 허락 좀 해주십쇼.
어딜 각하의 거처에 그런 불경한 짓거리를 한다는거야
포탄을 넣어 쏘자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청와대 주변은 저희 작전구역이기도 하고
공비들이 올 걸 대비해서 청와대에 박격포를 조준하고
조명탄을 넣어 발사하면 혹시나 모를 사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가리에 총 맞았나?
안돼 이 새끼야
지극히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권의 정통성이 민의가 전부가 아니었던 3공화국에서
심지어 정부수반이 육군 장성 출신이었던 나라에서
일개 중령 따위가 국가수반의 거처에 포를 조준한다?
이건 현대의 기준으로도 살짝 정신이 나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수경사령관 최우근 중장은
이런 말도 안되는 부탁을 승인하고야 만다.
승인하기로 했네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이 잘 된다면
그 영광, 혼자 독식하지 않겠다는 거, 그거 하나만 믿어주십시오.
이런 말도 안되는 계획을 승인한 이유는
그가 박정희의 총애를 받는 하나회의 멤버였기 때문이다.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남자를 박대하는 것과 같은 시대였다.
군대와 계급, 그리고 명령체계 외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의 불가항력이 작용했던 셈.
아무튼 제 30 경비대대는 부대 내 연병장에 박격포를 설치하고
"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공수부대 출신 대대장의 지휘 아래
개처럼 굴렀다고 전해진다.
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할 만일의 사태
1968년 1월 17일,
김신조를 포함한 31명의 공비들이 남방한계선 철책을 돌파했다.
국방군간나들 ㅎㅇ
18일 임진강을 도하하고 19일 파평산을 넘은 공비들은
20일 고양, 그리고 21일에는 결국 서울 시내에 진입했다.
군경도 손을 빨고 있던 건 아니라서 19일부터 발빠르게 대응하여 공비들을 추적하여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었다.
물론 공비들이 상상이상으로 빨랐던 것과
목표가 청와대라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튼 이들은 21일 22시경 결국 자하문 근처에서 걸렸고
군경과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한편 그 시각 제 30경비대대
야 전속부관 오늘 오기로 한 애들 다 왔냐?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방금 연락을 받았는데 자하문쪽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게 공비인 것을 알았을 것이다.
청와대에 박격포 조준한 포대는 즉각 조명탄을 발사해라
아끼지 말고 쏴!
그의 명령에 따라 30경비대대 포병대는 롸끈하게 조명탄을 발사했고
경복궁에서 출발한 10문의 박격포에서 발사한 조명탄은 서울 시내를 대낮처럼 밝혀 놓았다고 전해진다.
이 조명탄은 공비 소탕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으며
장갑차까지 동원한 소탕 작전에 김신조와 도주한 1명을 제회한 29명의 공비들은
모두 뜨로쯔끼와 스딸린을 만나러 갔다.
지난번 공비 소탕은 자네 덕이 컸어
저는 그저 부하의 좋은 의견을 수렴했을 뿐입니다.
부하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지휘관이 좋은 지휘관이 아닌가 허허
자네에게 2급 보국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라 불렀어
곧 연락이 갈거야
실제로 얼마 되지 않아 최우근 수경사령관은
2급 보국훈장을 수여받고
1군단장과 육군사관학교 교장까지 역임했다.
1979년 12월 12일,
공비 소탕에 큰 공을 세웠던 제 30경비대대 대대장은보안사령관이 되어
과거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의 부대원들에게 총을 겨누며 청와대로 향하게 된다.
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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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박격포를 조준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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